北 김여정, 담화 통해 화려하게 대외무대 데뷔…'가족정치' 본격 시작

입력 2020-03-04 14:58   수정 2020-03-04 15: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자기 명의의 담화를 내며 화려하게 대외 무대 전면에 섰다. 김여정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지난 3일 밤 “주제넘은 처사”, “완벽한 바보”, “겁먹은 개가 더 요란히 짖는다”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맹비난했다.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란 제목의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밤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김여정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담화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북한 세습독재 김씨 가문에서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대외에 낸 건 김여정 이전엔 없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고모인 김경희가 김정일의 막후 조언자 역할을 했지만, 김경희는 대외 메시지를 낸 적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이 예전보다 한층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말 김여정이 당 전원회의에서 당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의 실세로 자리를 옮겼다는 예측이 많았다”며 “이만건 당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후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각종 정책적 결정에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의 현재 행보는 과거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밑에서 선전선동 업무를 맡으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설 공연에 김경희가 참석한 모습이 심상치 않다”며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김씨 가문 내 결속을 더욱 다지고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도 다시 제기됐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자녀들이 아직 어린 가운데 각종 지병이 많다고 알려진 그의 건강 상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며 “장기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해 ‘가족 정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또 “김정은 곁엔 현재 그에게 조언할 원로가 한 명도 없다”며 “친동생에게 일정 권한을 줬단 건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김여정은 김정은을 대신해 남북한 간 교류의 다리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당시엔 북한의 특사 자격으로 평창올림픽 개회식을 방문하고 청와대에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지난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땐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했다.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선 행사장 곳곳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다. 이 때문에 김여정의 이번 담화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는 4일 김여정 담화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는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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